[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활기차게 시작했던 2008년 무자년(戊子年) 쥐띠의 해가 불과 달 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를 정리해야 할 연말을 앞두고 국내 경기는 미국발 경제위기로 인해 시름을 앓고 있다. 따듯한 연말 연시가 그리워지는 지금이다.

연예계도 마찬가지였다. 호황보다는 불황이 엄습했고 故 최진실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무엇보다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배우들의 출연료 자진 삭감과 허리띠 졸라매기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고, 리메이크 열풍, 기부 천사 문근영의 숨은 선행 등이 훈훈함을 안겨줬다.

마이데일리에서는 ‘'가나다'순으로 뽑은 2008년 연예계 키워드'란 제목으로 올 한해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화제의 키워드를 되짚어봤다. 기획은 한글 자음 순서에 따라 1.㉠~㉤, 2.㉦~㉨, 3.㉩~㉭ 순으로 3회로 나누어 게재한다.

㉠ '괄약근'

2008년은 별들의 군입대가 유난히 많았다. 올해 초 천정명을 시작으로 공유, 하하, 에릭, 강타, 토니안, 양동근, 성시경, 이정, 김동안 등 총 24명의 연예인들이 군복을 입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연히 치러라 할 의무에 연예인이라고 어디 예외가 있으랴?

그러나 젊은 청춘들에게 2년이란 시간은 그리 짧지 않기에 군대를 안가보겠다며 잔머리를 굴려,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 10월 뮤직비디오 감독 쿨케이(본명 김도경, 27)와 그룹 허니패밀리 멤버 디기리(본명 원신종, 29)가 병역법 위반으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이른 바 '괄약근 조절' 수법으로 고혈압 환자로 위장해 4급 판정을 받았다.


산업체 병역 특례요원 당시 부실 근무를 했다는 이유로 싸이는 2007년 재입대하는 수모를 당했고, 이에 앞서 2004년 겨울에는 톱스타 송승헌, 장혁, 한재석의 병역비리가 들통나 갑작스레 군에 입대했다. 연예인들과 고위공직자 자제들의 병역비리는 그동안 숱하게 있어왔지만, '괄약근 조절'이란 기괴한 병역기피 수법은 많은 이들을 당황케 했고 난데없이 괄약근이란 말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누구~?’

방송인 김구라의 독설도 왕비호만큼은 아니었다. 서태지, 등 연예계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졸지에 무명으로 만든 개그맨 왕비호(본명 윤형빈)가 비호감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줬다.

왕비호는 지난 4월부터 KBS 2TV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 마지막에 등장해 “서태지가 누구~? 비는 또 누구~?”라는 촌철살인적 독설로 이른바 ‘안티개그’의 달인이 됐다. 서태지 휴대폰 CF에서 소녀가 '아저씬 누군데요'라며 굴욕을 준 것도 왕비호가 먼저였다. ‘비호감의 왕’이란 의미에서 이름을 따와 ‘왕비호’로 활동한 그는 안티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힘이 솟았다.

“비가 히트곡이 있어?” “서태지가 왕년에 문화대통령이었지 지금은 뭐 있나...”라는 멘트는 왕비호를 인기 개그맨으로 만든 최고의 독설. 7개월이 흐른 지금 왕비호가 거론하지 않은 연예인들은 스타가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 '똥덩어리'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종영했지만 강마에(김명민)가 남긴 '똥덩어리'는 네티즌들에 의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갔다.


"연습도 안 해와, 음도 못 맞춰, 근데 음대 나왔다 자만심은 있어, 연주도 꼭 오케스트라에서 해야 돼, 이거 어쩌나, 욕심두 많네? 아줌마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구제불능, 민폐, 걸림돌,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난 그 중에서도 이렇게 불러주고 싶어요. 똥! 덩.어.리"

2회에서 강건우(장근석)의 이모인 정희연(송옥숙)에게 날린 우스꽝스런 단어 '똥덩어리'는 화제를 낳으며 '베바 폐인' 시청자들에 의해 '똥덩어리 바이러스' 패러디 6탄까지 탄생했다.

이 영상시리즈물 중 '똥덩어리 바이러스 4 - '똥똥똥'은 네티즌 사이에 가장 큰 웃음을 안겨주는 것으로 영화 '놈놈놈'의 OST 산타 에스메랄다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를 배경 음악으로 해 강마에가 단원들에게 독설을 퍼붓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합성했다.

"늙은 똥덩어리", "젊은 똥덩어리", "뛰쳐나간 똥덩어리", "회사다니는 똥덩어리", "캬바레 똥덩어리", "대드는 똥덩어리야"라며 무표정한 얼굴로 대사를 날리는 강마에에 두루미(이지아)를 포함한 단원들은 "으이 내가 왜, 내가 왜", "야, 장난해?", "이 놈 자식이 건방지게", "뭐야 임마?"라고 되묻고 마지막에 '독설가' 강마에가 거만한 표정으로 "나 좋아해?"라고 묻는 장면은 웃음의 절정을 보여줬다.

㉣ '리메이크'

올해 대중문화계를 관통한 키워드 중 하나는 '리메이크(Remake)' 열풍이다. 대중문화계에서의 리메이크 시도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올해는 특히 사회 전반에 분 '복고 바람'을 타고 드라마·영화·음악 등 전 영역에 걸쳐 리메이크가 다양하게 이루어진 점이 특징이다.

우선 가요는 '잊혀진 계절(동방신기)' '붉은 노을(빅뱅)' '좋은날(브라운아이드걸스)' '달팽이(테이)' '비와 당신(럼블피쉬)' 등 '시대의 명곡'을 신세대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사례가 많았다.


드라마 리메이크 시도도 이전에 비해 부쩍 늘었다. KBS가 1990년작 '서울뚝배기'를 새롭게 만든 '돌아온 뚝배기'를 MBC는 1980년대 인기드라마 '종점'의 리메이크작 '내 여자'를 각각 방송했다. 또 SBS '카이스트'와 KBS '풀하우스'도 각각 리메이크를 준비중에 있다.

영화계의 경우 한국 영화가 해외제작사를 통해 리메이크된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올드보이' '추격자' '친절한 금자씨' '거울속으로' '내 머리속의 지우개' '엽기적인 그녀' 등 한국에서 히트한 영화가 미국, 일본 시장에서 속속 리메이크된 것.

이중 각각 미국과 일본에서 개봉한 '거울속으로' '엽기적인 그녀' 등은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영화의 리메이크 붐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처럼 대중문화계 전반에 걸쳐 리메이크붐이 인 데 대해서는 "아이디어 빈곤 상태를 보여주는 상황"이라며 "순수창작력을 떨어뜨려 대중문화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존재했다.

㉤ '매직스틱'

약 2년 만에 국내 무대로 컴백한 월드스타 비의 타이틀곡 '레이니즘(RAINISM)'은 독특한 선정성 논란에 휘말려 올 한해 큰 관심을 모았다. 그의 컴백곡은 그가 가진 흥행파워 만큼이나 큰 반향을 일으키며 가요계 화제의 중심에 섰다.

비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한 이 곡은 '떨리는 니 몸 안에 돌고 있는 나의 매직스틱(MAGIC STICK), 더이상 넘어갈 수 없는 한계를 느낀 바디 쉐이크(BODY SHAKE)' 등의 가사가 성관계를 은유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매직스틱'이 흑인음악에서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니, 이 모든것이 '매직스틱' 때문에 일어난 파장이었다.

소속사측은 이에 대해 비가 자신의 지팡이 퍼포먼스를 가사에 응용한 것이며, 선정성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공중파 방송 3사가 심의를 통해 방송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며 논란은 일단락 되는 했으나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이 곡을 유해매체물로 판정해 뒤늦게 다시 한번 선전성 시비를 일으키기도 했다. 비는 문제가 된 일부 가사를 개정해 '레이니즘 클린 버전'을 제작해 활동중이며, 이 '클린 버전'에는 '매직스틱'이라는 가사가 없다.


[괄약근 조절로 군입대를 회피하려 했던 쿨케이와 촌철살인의 독설로 화제를 모은 왕비호,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인기 아이돌그룹 빅뱅과 톱스타 비(위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KBS, MBC]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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